연구비로 AI를 쓰려면, 어느 비목으로 잡아야 할까 — 2026년 시행령 개정과 실제 분류 실무
최근 연구실마다 AI·LLM 사용료를 연구비 어느 비목으로 잡을지 고민합니다. 2026년 4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개정으로 간접비 네거티브 전환·연구혁신비 신설되며 'AI 서비스 이용 요금'에도 길이 열렸습니다. 비목 분류 원칙과 실무 팁을 정리했습니다.
최근 AI가 워낙 널리 쓰이면서, 이제는 AI 없이, 특히 LLM 없이는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논문을 요약하고, 코드를 짜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까지 연구자 개개인의 업무 거의 모든 곳에 AI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AI를 ‘연구’에 사용하려고 하니 “과연 이 비용을 연구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걸까?”라는 질문부터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AI를 활용하는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연구실이 직접 모델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고, 어찌 보면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같은 협력 모델로 대학·출연연과 기업이 함께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ChatGPT Pro와 같은 구독 모델을 쓰거나, API를 호출해 토큰을 과금하는 방식까지 정말 다양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AI 서비스를 연구비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점을 참고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봅니다.
결론부터 힌트를 하나 꺼내자면, 연구비 인정의 핵심은 역시나 ‘과제의 목적’입니다.
이 돈이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데 정말 필요한지, 그 필요성을 소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최근 제도가 크게 바뀌어서 전에 비해 훨씬 숨통이 트였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AI 활용 방식이 이렇게나 다양해졌다
과거 연구실에서 ‘소프트웨어 비용’이라 하면 통계 패키지 라이선스(SPSS, MATLAB, SAS)나 해석 코드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같은 “AI를 쓴다” 한마디에도 형태가 갈립니다.
| 활용 형태 | 비용 성격 | 예시 |
|---|---|---|
| 구독형 LLM | 정기 구독료 | ChatGPT Plus/Pro, Claude Pro, Gemini Advanced |
| API·토큰 과금 | 사용량 기반 변동비 | OpenAI API, Anthropic API, Gemini API |
| 클라우드 컴퓨팅 | 인프라 이용료 | AWS, Azure, GCP, NHN Cloud, KT Cloud, Naver Cloud |
| GPU 임차 | 고성능 연산 자원 대여 | 클라우드 GPU, 전문 GPU 서버 |
| GPU 구매 | 자산·설비 투자 | NVIDIA A100/H100 등 연구실 서버 도입 |
| 자체 구축 | 개발·운영 인력/인프라 비용 | 오픈소스 LLM 기반 내부 설루션 |
| PPP 협력 | 공동 개발·인력 매칭 비용 | 기관·기업 협력형 AI 과제 |
문제는 이 각각이 연구비에서 만나는 ‘비목’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구독료는 소프트웨어 활용비로 볼 수도 있고, GPU를 산다면 장비비나 재료비로 나뉘며, 클라우드를 빌리면 또 다른 비목이 됩니다. 여기서 혼란이 시작됩니다.
연구비 인정의 핵심, ‘과제 목적’이 먼저다
그럼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까요. 여러 규정과 실무를 뜯어보면 결국 두 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답이 나옵니다.
- 형태 축: “사는 것(소프트웨어·장비)” ↔ “빌려 쓰는 것(클라우드·임차)”
- 목적 축: “과제 목적에 직접 쓰이는 것” ↔ “어디서나 쓰는 범용 도구”
예를 들어 봅시다.
- 어떤 연구가 LLM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제라면, LLM 사용료는 그 개발에 들어가는 재료·소프트웨어 성격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어떤 연구가 문서 정리나 자문용으로 AI를 보조 도구로 쓰는 것이라면, 소프트웨어 활용비나 연구활동비 성격에 가깝습니다.
- 시제품을 만들면서 GPU를 구매해 일부 부품으로 소모한다면, GPU는 재료비로 볼 수 있습니다.
- 확보한 GPU를 장비로 도입해 지속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낸다면, 연구시설·장비비로 등록하는 게 맞습니다.
즉 ‘AI니까 이 비목’, ‘GPU니까 저 비목’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원을 왜, 어떻게 쓰는지 소명해서 비목을 판단해야 합니다.
이것은 기술이 아무리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입니다.
특히 AI처럼 ‘범용 도구’ 성격이 강한 것은 과제 목적성 소명이 더 중요해집니다. 어느 과제든 쓸 수 있는 도구라면, ‘이 과제에 진짜 필요한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연구개발 비목, 미리 익혀 두자
연구비를 이루는 큰 틀은 대략 두 갈래입니다. 직접비와 간접비입니다.
직접비는 과제 수행에 직접 투입되는 비용으로, 여기에는 다음이 포함됩니다.
- 인건비(내부·외부·학생 인건비)
- 연구시설·장비비(구입·설치·임차·운영·유지·인프라 조성)
- 연구재료비(재료 구입·제작·과제 관리비)
- 연구활동비(회의비, 출장비, 전문가 활용비, 지식재산 창출 활동비 등)
- 위탁연구개발비, 국제공동연구개발비
간접비는 연구기관이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해 쓰는 비용입니다. 연구실 운영비·기관 지원 항목이 대표적입니다.
AI 비용과 직접 맞닿는 비목을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소프트웨어 활용비
연구활동비의 한 항목으로, 연구개발과제 수행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구입·설치·임차·사용대차 비용, 또는 데이터베이스·네트워크의 이용료를 말합니다.
LLM 구독료나 개발 도구 구독이 여기로 들어갈 수 있는 대표적인 경로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비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의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사용하고 그 이용료를 내는 경우의 비목입니다.
요약하면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통신 자원을 수요에 맞춰 신축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쓰는 직관적인 구분법이 있습니다. “인터넷선을 뽑았을 때 동작하면 소프트웨어, 안 굴러가면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식입니다.
내 PC에 설치해 돌리는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 원격 서버·GPU를 네트워크로 빌려 쓰는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비로 보는 것입니다.
연구시설·장비비 vs 연구재료비 (GPU의 두 얼굴)
GPU는 금액이 크고 형태가 애매해서 질문이 가장 많습니다.
- 임차(빌려 쓰기): 외부 GPU 서버 업체·클라우드에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급하고 쓰는 방식. 초기 부담이 없고 고가 장비를 사지 않아도 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비 성격에 가깝습니다.
- 구매(사기): 한 번에 구입해 연구실에 두는 방식. 과제 목적에 따라 장비비(도입 후 지속 활용해 성과 창출)로 보느냐, 재료비(시제품 제작 등에 소모)로 보느냐가 갈립니다.
GPU가 이렇게 나뉘는 이유는 결국 ‘돈이 어떻게 성과로 이어지는가’를 보겠다는 연구비 집행의 기본 원칙 때문입니다.
몇천만 원짜리 자산을 사면서 ‘이걸 어떻게 쓸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정산 단계에서 혼선이 없습니다.
2026년 4월, 연구비 자율성이 크게 풀렸다
그런데 여기에 큰 변수가 하나 생겼습니다. 정부가 2026년 4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연구비 자율성을 대폭 강화했거든요.
AI 연구비와 직접 관련된 내용이 꽤 있습니다.
① 연구혁신비 비목(직접비) 신설
기존에는 회의비, 출장비, 재료비를 일일이 비목으로 구분해서 써야 했습니다.
앞으로는 「연구혁신비」라는 비목으로 연구재료 구입비, 출장비, 회의비 등 연구 수행에 일상적으로 필요한 경비를 비목 구분 없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도는 직접비(경직성 비용 제외)의 10%, 최대 5천만 원이며, 증빙 요건도 최소화됩니다.
시행 시기는 2026년 6월 일부 준비된 사업부터 우선 적용되고, 2027년에 전면 시행됩니다.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 정비와 협약 변경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② 간접비 ‘네거티브 규제’ 전환
이 부분이 AI와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간접비를 ‘사용 가능 항목으로 명시된 곳’에만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정으로 7가지 ‘사용 불가 항목’에 해당하지 않으면 어디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예를 든 것 중 하나가 바로 ‘AI 서비스 이용 요금’입니다. 새롭게 필요해진 비용도 간접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제도는 개정 시행령 공포 후 즉시 시행됩니다.
사용 불가 7개 항목은 대략 공통(연구에 무관한 비용, 배상금·위약금, 반대급부 없는 이전 등), 인력지원(이중수령 인건비, 대학원생 장학금 등), 연구지원(과제 수주 보상, 건축비·리모델링 등)으로 구성됩니다.
그래서 AI 서비스 이용 자체는 원칙적으로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 개정이 왜 중요한가 하면, AI 비용을 어디에 넣을지 고민하던 문제 중 상당수가 ‘자율 사용’으로 풀리는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연구혁신비로 비목 구분 없이 쓰거나, 간접비로 네거티브 방식 하에 유연하게 쓰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죠.
AI 비용, 비목별로 실무에서 어떻게 나뉘나
이제 실제로 연구자·실무자들이 자주 마주치는 AI 지출 사례를 비목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 지출 사례 | 검토할 비목 | 포인트 |
|---|---|---|
| ChatGPT Pro / Claude Pro 구독 | 소프트웨어 활용비, 연구혁신비 | 근거 과제 목적성·증빙 |
| LLM API 토큰 과금(대형) |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비, 연구혁신비 | 규모가 크면 클라우드 성격으로 검토 |
| 클라우드 서버·스토리지 |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비 | "인터넷 뽑으면 안 굴러가면 클라우드" |
| GPU 임차(빌려 쓰기) |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비 성격 | 사용량 과금, 초기 부담 없음 |
| GPU 구매(지속 활용) | 연구시설·장비비 | 장비 도입 절차·활용 요건 |
| GPU 구매(시제품에 소모) | 연구재료비 | 과제 목적상 재료로 소명 |
| 소액 AI 이용료(범용) | 연구실 운영비(간접비), 연구혁신비 | 네거티브 방식으로 유연하게 |
여기서 꼭 짚어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AI는 본질적으로 ‘범용 도구’라서, 어느 비목에 넣든 “이 과제에 진짜 필요한가”를 소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금액이 작으면 유연하지만, 수천만 원 단위로 커지면 목적성·증빙이 더 엄격해집니다.
또 구독형 도구는 개인 사용자명·라이선스가 명확해야 하고, 연구윤리·개인정보 측면에서도 과제 데이터가 외부 AI로 나가는 문제를 점검해야 합니다.
AI 프로바이더, 뭘 기준으로 골라야 하나
비목 이야기만 해서는 아쉬우니, 실제로 어떤 AI 서비스들이 있는지도 훑어보겠습니다. 글로벌과 국내를 나눠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글로벌
- OpenAI(ChatGPT) —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LLM. 구독(ChatGPT Plus/Pro)과 API(사용량 과금) 모두 제공.
- Anthropic(Claude) — 코딩·장문 분석에 강점. 구독(Claude Pro)과 API 제공.
- Google(Gemini) — 검색·멀티모달 생태계와 연계. Gemini Advanced 구독, Gemini API.
- Microsoft(Copilot / Azure OpenAI) — 기업·엔터프라이즈 환경 통합에 강점. 조직 단위 라이선스.
- Meta·Mistral 등 오픈소스 모델 — 자체 구축·온프레미스 활용을 원할 때 선택지.
국내
- 네이버(하이퍼클로바X) — 국내 맥락·한국어에 강점. 기업용 개인정보 활용에 각광.
- 카카오(브레인 계열) — 한국어 서비스 연계.
- LG(엑사원), KT, SKT — 통신·IT 그룹 중심의 기업용 AI 및 자체 클라우드 GPU.
- 업스테이지(Solar) 등 스타트업 — 경량 오픈소스 모델·파인튜닝.
여기에 인프라 플레이어로 AWS, Azure, GCP, 국내 클라우드(NHN Cloud, KT Cloud, Naver Cloud)가 GPU·서버 자원을 제공합니다.
GPU 컴퓨팅 자체를 클라우드로 빌려 쓰는 형태도 많아, ‘돈을 어디에 어떻게 지급하느냐’(해외 구독 vs 국내 클라우드, 구독 vs API)가 연구비 처리 경로를 바꾸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결국 프로바이더 선택도 ‘어느 비목으로 인정받기 쉬운가’보다는 이 AI로 그 과제의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가를 먼저 따지는 것이 맞습니다.
그다음에 비용 지급 형태를 미리 정리해 두면 정산 단계가 훨씬 편해집니다.
연구비로 AI 쓰기 전, 실무 체크리스트
정리하면 아래 항목만 미리 점검해 두면 대부분의 혼선은 피할 수 있습니다.
① 과제 목적과 연결 고리를 만들자
- “이 AI를 왜 쓰는지”를 한두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제 계획서에 AI 활용 목적을 명시해 두면 이후 소명이 쉬워집니다.
② 지급 형태를 정리하자
- 구독인가, API 토큰인가, 임차인가, 구매인가. 이게 비목 판단의 첫 갈림길입니다.
③ 금액 규모를 가늠하자
- 소액 범용은 연구실 운영비(간접비)나 연구혁신비로 유연하게, 대형 금액은 목적성·증빙이 필요합니다.
④ 증빙을 챙기자
- 결제 내역, 라이선스, 사용자·용도 명세를 남기세요. 최근에는 증빙 최소화 흐름이지만 ‘최소한의 근거’는 있어야 합니다.
⑤ 데이터·윤리를 확인하자
- 과제 데이터(특히 개인정보, 비공개 연구자료)가 외부 AI로 나가지 않는지, 연구윤리 위반 소지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기관 정책(완전한 이용 금지 기관 vs 허용 기관)도 확인하세요.
⑥ 기관 규정·최신 고시를 확인하자
- 제도는 빠르게 바뀝니다. 이 글은 실무 고민을 돕기 위한 것으로, 구체 인정 기준은 소속 기관과 최신 고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마무리
기술은 한 해가 다르게 변하지만, 연구비 제도는 조금씩 조심스럽게 따라옵니다.
그런데 2026년 4월 시행령 개정은 이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연구혁신비로 비목 구분 없이 쓰거나, 간접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유연하게 쓰면서 AI 서비스 이용 요금을 연구비로 인정받을 길이 명확해진 것입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핵심은 ‘과제의 목적’이라는 점입니다.
연구비 인정의 시작과 끝은 “이 AI를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데 왜 필요했는가”를 소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형태(사기와 빌리기)와 목적(직접 재료와 범용 도구)을 미리 정리해 두고 연구비를 쓴다면, 정산 단계에서의 혼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AI가 연구 현장에서 더 흔해질수록 이 고민은 계속될 테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목적을 명확히 하고, 형태를 정리하고, 증빙을 챙기는 것. 그 세 가지만 지키면 됩니다.
본 글은 실무에서 접한 질문·고민과 공개된 정책 자료를 바탕으로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했습니다. 구체적인 비목 인정 기준과 법령은 소속 연구기관의 내규와 최신 고시·시행령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 Flickr(Flickr CC BY·BY-SA) — 본문 내 삽화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일러스트이며 원 저작자의 라이선스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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